코로나로 인해 우리 네 가족은 뜻밖의 방학을 맞았다.
나는 추석 이전까지 있을 2주간의 휴가를 억지로(?) 부여받고 서울 집에 들어앉았고, 그것은 엄마나 아빠,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학원이기 때문에 2주간의 개강 연기는 선생님들에게나, 학생들에게나 매우 불안한 일이었다. 불안과 기대가 묘하게 섞인 '개강하나요?'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야 했고, 이대로 3월 개강을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선생님들의 걱정도 있었다.
최근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바이러스의 전파가 잠잠해지는 것처럼 보였기에 우리는 하나 둘 개강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다음 주 개강을 위해 학원에서는 이번 일주일 실시간 온라인 특강을 준비했고,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이용하여 평균 6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특강을 진행했다.
사실 2월 말부터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시도는 몇 차례 해왔기에 지금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는 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매번 강의가 시작할 때 들어가서 제대로 잘 돌아가는지? 개선점은 없는지 체크 후 나오고 있다.
내일부터는 오프라인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는 곳이 있어 오늘의 느즈막한 잠을 즐기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가 왔다.
사실 잠결에 들어서 무슨 말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방금 전까지는 생각났던 것 같은데...)
엄마가 갠톡으로 3장의 사진을 보내왔는데, 중학교에서의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라는 공문이었다. 대충 온라인, 실시간 수업을 장려하고, 어떤 어떤 프로그램을 쓸 수 있고, 예산도 지원해주겠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또래 중 그래도 IT프렌들리 하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사실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 부산에서는 엄마가 한껏 스트레스를 표출하고 있었다.
해당 공문에는 구글 클래스룸, MS팀즈, EBS, e학습터, 위두랑, 클래스팅, 네이버 밴드, 유튜브 라이브, 구글 행아웃, 라이브톡, 라인 등 일단 생각할 수 있는 온갖 협업 툴은 다 적어둔 후 이 중 하나라도 사용해보라는 듯 적혀있었다.
하나하나 보면서 와 이걸로 수업을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을 하던 와중 제일 마지막에 Zoom이 있길래 아 이거면 실시간 수업도 가능하고, 조례와 종례도 가능하며, 수업 녹화 후 강의 공유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에게 Zoom을 사용하면 될 것 같으며, 우리 학원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엄마 아빠 동생에게 줌 어플을 깔게 하고 시범적으로 내가 호스트가 되어 그들을 초대해서 화상통화를 진행했다.
내 예상은 "오 되네! 이걸로 하면 되겠네" 였는데,
엄마의 첫마디는 이거였다.
"코로나 때문에 이런 것까지 해야하나? 짜증 난다."
"아휴 난 하기도 싫고 빨리 명퇴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나는 떠나는 게 맞는 거 같다."
요즘 엄마는 저 말을 참 많이 한다.
요즘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면서 새로 알아낸 것을 말해주면, 항상 자기는 이제 떠나는 게 맞는 거 같다고 한다.
집에 프린터와 스캐너가 없어서 문서에 엄마의 싸인을 얹어서 Pdf로 만들어서 줬을 때에도 같은 말을 했다.
여기서 떠다는 건 학교를 떠난다는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난 "엄마, 모르는 채로 존버 하면 된다. 그런 사람 한 둘이가"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엄마는 "아휴 그러면 안되지, 그냥 떠나 주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오늘은 달랐다.
엄마는 말했다.
"일단 버틸 때까지 안 하고 버텨봐야지!!"
엄마는 심지어 저 공문 담당자라서 다른 선생님들이 이거 어떻게 하냐는 연락도 엄마한테 한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해주면 되니까 상관없는데 다른 선생님들은 어떡하실지 조금 걱정되긴 한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 나한테 주고 저거 선생님들 교육하는 거 나한테 시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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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적어보는 Zoom사용법 교육문의: haecam.kang@gmail.com
(Zoom의 공식적인 교육 인력은 절대 아닙니다ㅋㅋㅋ)
주저리주저리 블로그와는 좀 안맞는 글의 방향이긴 하지만,
엄마를 성가시게 한 요소 한 가지 분석을 해보자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줌 회의 링크가 카카오톡을 통해 퍼지는 경우가 많을 텐데, 해당 링크 클릭 후 다시 인터넷에 복사해야 하는 과정이 엄마를 성가시게 한 것 같다.
복사하고, 다시 사파리를 열고(심지어 엄마는 다음앱 유저였다. 사파리를 여는 경험 자체가 매우 스트레스였을 듯) 거기다 링크를 복사 붙이기 하는 과정 자체도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나조차도 가끔 링크 복사 붙이기가 잘 안되어서 화날 때가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매우 성가신 과정이다.
그렇다고 전화통화로 엄마에게 카톡에서 바로 사파리로 연결되는 버튼을 알려주는 것도 무리였고(이것도 시도했었다.).
링크에서 바로 어플로 연결되는 과정이 있으면 사용자 경험은 확실히 개선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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